■ 입사 30년째 날의 『아주 멍청한 계산』
“백두산 줄기따라 한라산까지, 연연이 이어가는 귀한 동맥을, 한마음~~~”
연수원에서 사가(社歌)를 부르면서 시작한 회사생활이 30년을 넘어 섰습니다.
사가(社歌)의 내용을 천천히 읽어 보면,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선배님들의 노고에 조용하게 머리가 숙여질 뿐입니다.
회사에 입사하여 쌍문동 연수원을 거쳐, 강릉지점으로 발령을 받아 영동고속도로가 개통된 지 3개월도 안 된 추운 겨울!
강릉을 거쳐 속초행 버스!!! 속초영업소부터 시작하여 강릉, 삼척, 강원지사, 안동지사를 거쳐 전남지사에 와서 강진, 지사, 함평을 거쳐 이곳 광산지점까지~, 지난 시간들이 10년도 안된 느낌입니다.
지난 1월 26일 입사 30년이 되는 날!
갑자기 뇌리를 스치는 『아주 멍청한 계산』을 한번 해보고 싶었습니다.
회사에서 나한테 준 급여와 그동안 내가 회사를 위해 제공한 근로를 금액으로 따져보면 어느 쪽이 많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날 저녁 일단 30년전부터 모아 두었던 급여 봉투를 꺼내 보았습니다. 두께가 거의 반 뼘 정도였습니다. 현금을 담아 직접 볼펜으로 적었던 누런 색깔의 이중 봉투에서, 전자계산소에서 찍어낸 컴퓨터용 봉투, A4 용지의 급여명세서까지로 변화된 모습을 바라다 볼 수 있었습니다.
책상에 앉아 맨 아래에 있는 급여 봉투부터 계산기로 합산해 보려고 움켜쥐었던 급여 봉투를 거꾸로 엎었습니다.
아래쪽 금액을 계산기로 계산하려고 막 숫자를 누르려다가, 누군가가 손을 때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무슨 그리 멍청한 계산을 하려느냐?는 호통을 치는 것 같았습니다.
정말 큰 착각이었습니다.
그래서 포기하고 말았던 입사 30년째 되는 날의 기억이 있습니다.
그동안 생존과 생활을 책임져 주었던 회사를 너무 무시한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정말이지, 우리회사는 30년동안 저의 모든 것을 제공해 주었고, 필요한 것은 모두 주었습니다. 단지 제가 그것을 잘 활용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 회사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지금부터라도...
매월 급여를 받고 그에 대한 댓가(?)를 지불해야 하는 프로이기에, 그 보수에 합당한 근로를 했는지를 새삼스럽게 확인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았지만, 일언지하(一言之下)에 거절당한 상황이었습니다. 잘못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최소한의 양심으로 생각하건데, 지금까지의 급여액에 비하여 절반도 아니 그 이하의 댓가도 치르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 동안 우리 회사는 참 많은 외부로부터의 정책적인 시련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사업소에서의 느낌은 생각보다 무뎠다고 자평(自評)하고 싶습니다. 저 역시 그 시련의 소용돌이와 몸부림 속에서 얼마나 그 것을 감내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 어느 정도의 역할을 수행했는지? 를 되돌아 보면, 정말 위험천만일 뿐입니다.
은행이나 사기업에 몸 담았다면 지금의 상황은 어떨까를 자문해 보면, 자연스레 다시한 번 허리띠를 조이게 되고, 구두를 고쳐 싣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요?
큰 물이 흐르면 그 물에 휩쓸려 따라만 가면 되는 상황이, 바로 우리 회사의 상황이었습니다. 그 큰 물줄기의 흐름에 거역하지 않고 몸만 가누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남에게 핀잔 받지 아니하고, 아무런 불이익 없이 지내온 것이 현실인 것입니다.
이토록 회사에서는 큰 것을 바라지 않고, 큰 흐름에 동참해 주기만을 원했고, 동참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무관심 할 뿐이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그 무관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객과 함께하는 세계적인 전력회사”의 조직원으로서 최소한의 관심과 노력을 합하려는 의사 표현은 해야 하는 것이 도리인 것이라 생각합니다.
너무 단순하고 멍청한 생각일른지 모르겠지만 그 도리를 실행하는 것은 곧 회사가 주는 대가에 대해 보답(報答)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세계적인 전력회사 한전호”의 구성원임에 자부심을
조직의 힘은 곧 사람의 힘입니다. 우리가 하지 않으면 아무도 하지 않습니다.
우리 회사는 글로벌시대에 대비한 세계화 정책으로 베트남, 필리핀, 중국 등에서 “한국전력”의 힘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과감하고 엄청난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서 과연 사업소에 있는 나는 무엇을 해야하며, 무엇을 했는가를 자문(自問)해 봅니다.
해외사업 진출을 하기 위한 밑바닥의 기초가 되기 위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있다는 사실로 그래도 안위를 하고자 합니다.
편리하고 소중한 전기를 안전하게 사용하도록 계도하는 것, 검침하는 것, 전기요금 미납고객에 대해 납부 독려하는 것, 전력량계를 점검해 주는 것, 사회 봉사단 활동을 하는 것, 인입선이 단선되어 수리를 해 주는 것, 전기를 사용하게 하기 위해 설계하고 설비를 관리하고, 정전이 없도록 노력하는 것, 적게는 고객님이 걸어온 전화를 조금이라도 빨리 받아서 궁금증을 해결해 주는 것 등~~
이 모든 것들이 우리 회사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고, 해외사업을 진출하고 세계제일의 전력회사를 만드는 지주(支柱)라고 감히 생각합니다.
우리는 자부심을 가져야 합니다. 각자 각자가 지금 하고 있는 업무가 아무리 사소하고 별 볼일 없다고 생각하는 그 자체를 과감히 버려야 합니다.
모든 분들이 훌륭한 일을 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한전호”라는 배를 물위에 뜨게 하고 세계를 향해서 오대양 육대주를 주름잡을 수 있게 하는 우리의 노력인 것입니다. 배 밑바닥에 아무리 작은 구멍이라도 난다면, 즉 내가 하고 있는 업무에 소홀함이 있다면 그 항해는 할 수 없을 것이며, 세계를 향한 우리 “한전호”는 결코 순항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앞으로 계속 나아가야 합니다. 자부심이 중요합니다.
할 수 있다는 "CAN DO IT"의 깃발을 따라 앞으로 전진해야 합니다.
■ 혁신(革新)은 곧 기본을 준수하는 것입니다.
혁신은 수평선 저 멀리 떠 가는 돗단배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내가 타고 있는 배 안에 있으며, 내가 호흡하는 공기와 마시는 물의 역할입니다.
공기와 물이 나를 생존(生存)하게 하듯이 혁신(革新)은, 바로 나도 모르게 행(行)하고 있는 사실에 대한 기본적인 것입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일어나는 행동(行動)이 곧 혁신(革新)이라 생각합니다.
행동을 하지 않고 있다면 곧 혁신의 주체가 아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행동하고 있기 때문에 혁신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혁신의 주체인 것입니다.
그 혁신은 기본을 준수하는 것입니다.
기본을 준수하지 않은 행동은 아무 필요 없으며, 애당초 하지 말았어야 할 것입니다.
기본을 준수하는 것! 너무 간단합니다.
밖의 생활에서는!!!
차량은 우측통행 사람은 좌측통행, 파란불 일 때 진행하고 빨간불 일 때 멈추고, 연로하신분이 버스를 타면 자리 양보해주고, 무거운 짐을 들고 가면 같이 들어주고... 정말로 즐겁고 아름다운 광경들입니다.
사무실에서는!!!
예절바르게 생활하고, 고객님들에게 고객의 입장에서 업무처리하고, 동료간에 화합하고, 조직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출근길에는!!!
오늘은 회사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서 사원수첩을 정리해 가면서, 하루 계획, 1주일 계획, 한달 계획, 연간 계획에 대해 어느 정도 진척되어 가는가를 되돌아보고,
사원수첩의 내용을 확인하면서, 현장에 나갈 일은 없는지, 보고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타 부서와 협의해야 할 내용은 무엇인지를 점검해 보고...
가정에서는!!!
요번 주, 요번 달 부모형제의 기념일은 없는지 달력에 표시해 놓고 친척들과의 정(情)을 느끼는 준비를 하고, 자식들에게 내가 도와 줘야할 것(정신적, 물질적인 것 모두~)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혹여 집사람에게 소홀하게 한 것이 있는지를 되돌아 보고, 출근하면서 눈을 마주치며 “다녀 오겠소!”를 자연스럽게 말하며(포옹하면 더 좋구요), 이웃사람들에게 불편을 주는 일이 없는지를 생각해 보고...
사회생활에서는!!!
선배님들의 요즈음 근황은 어떠하신지 가끔 전화도 해보고(가끔 전화해보면 엄청 반가워 하심다), 외부 활동을 하고 있으면 내가 맡고 있는 역할은 충실히 행하고 있는지, 동창회를 하고 있으면 혹시 동창들에게 함부로 대하여 나를 싫어하고 있는 상태는 아닌지? 존경하는 분에게 결혼식 주례를 부탁했었다면, 주례선생님께 1년에 처자식과 함께 한두번은 찾아가서 인사를 했는가, 아니면 불가능해서 전화 몇 통화로 안부를 전하는 정성은 가지고 있는가...
이런 것이 잘 되고 있으면, 혁신(革新)을 하고 있다고 해도 괜찮을 듯 합니다. 이것은 저 혼자만이 생각하는 기준임을 먼저 밝혔어야 했는데, 늦었습니다.
■ 나부터, 지금부터, 작은것부터 하면 “됩니다”
TV 개그 코너에서 “대한민국에 안 되는게 어디있어, 다 되지!!!”라는 유행어가 나옵니다. 저는 다짐하건데 그 유행어가 너무 멋있습니다. 물론 다 됩니다.
모두 다, 자기가 되게 하면 다 됩니다. 하지 않으니까 안되는 것입니다. 하면 됩니다.
오늘부터라도 나먼저 서류정리하고 책상정리하고 서류함 정리하고 출발해 봅시다. 새로오신 지사CEO의 간단하고 엄중한 경고이기도 합니다. 벌써 오래전에 두어번 건의(建議)드렸던 내용을 새로 오신 지사CEO께서 어떻게 제 뜻을 먼저 아셨는지? 감히 생각컨데 바로 이것이 기초이자 출발이고 혁신(革新)입니다. 이것이 안 되면 다른 것들은 아무 필요 없습니다. 정리하고 기초와 기본을 몸에 베이게 하는 것!!!
이것을 “나부터, 지금부터, 작은것부터” 시작하려고 합니다.
우리 모두 함께 타고 가야 할 “한전호”에서 내가 잡고 있는 노를
“내가 안 해도 다른 사람이 움직이고 있으니 배는 가겠지!”를 생각하지 말고
“그냥 잡고만 있으면 안 되지, 나도 같이 노를 저어야지!”를 다짐해 봅니다.
우리 모두 함께 힘을 합하여 힘차게 노를 저어 봅시다.
두서없는 글 그저 죄송할 뿐입니다.
전남지사 광산지점 고객지원과장 남 해 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