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 천 명도 넘는, 오천 명도 넘는
일찍 눈을 떠 자원봉사센터 앞에 가 기다렸다. 어제 상황실에 계신 분 말씀이 아직까지는 방제 봉사 작업이 체계없이 우왕자왕 이뤄졌는데, 오늘부터는 어느 정도 짜임있게 인솔자도 두고 사람들을 필요한 곳으로 배치해 일을 하게 될 거라 했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만리포에서는 천 명으로 끊고 그 밖의 사람들은 손이 모자란 곳으로 가서 할 수 있게 한다는 둥, 일반인이 들어가기 어려운 험한 곳은 군이나 경이 들어가고 봉사자들은 팀을 짜 움직일 수 있게 한다며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그리 되지는 않았다. (그 계획대로 그나마 한 가지 된 거라면 만리포로 모여든 오천의 사람들을 천 명만 그곳에서 일을 하게 하고 다른 지역으로 안내한 것 정도.) 배치며 인솔, 도구 지급들을 기다리며 오전 아홉 시까지는 센터에서 기다려야만 했다. 인솔이라는 건 없었다. 방제 작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그저 센터에 이름을 올린 사람 수에 맞춰 도구 지급을 한 정도였고, 실제로 바닷가에 내려가서는 모두 제각각이었다. 모래벌 위를 덮고 있는 기름막을 어떻게 걷어내야 하는지, 그에 대해 일러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공무원들은 정신 없이 바빠 보였고, 그래서 안타까웠고, 또한 답답했다. 무얼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은 어쨌든 기름을 걷어낸다고 저마다 삽이며 쓰레받이, 바가지 따위를 가지고 모래에 엉긴 기름을 떴다. 양동이에 채우고, 커다란 고무통으로 쏟아 붓고……. 하지만 이건 삽과 쓰레받이, 바가지 따위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초반에 보던 것처럼 기름 덩어리는 바가지로 퍼내고 삽으로 담을 수 있는 상태로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었다. 얇게 덮혀 있는 기름막들. 하지만 어쩔 줄을 몰라 삽과 쓰레받이로 얇게 걷어내며 양동이로 퍼 담는데, 양동이에 쌓이는 것은 기름보다 모래가 더 많았다.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지…… 서로들 누구 아는 이 없는지 묻곤 했지만 누구도 대답해 줄 사람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지나 방송이 나왔다. 모래는 퍼담지 마세요, 기름만 걷어내세요……. 하지만 그 방송을 듣고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좀 더 신경을 써서 삽을 얇게 뜨는 것뿐 달라질 것은 없었다. 계속해서 버스로 밀려드는 사람들은 대충 보면서 따라할 수 밖에 없었고, 방송을 들은 사람들이라 해도 삽질을 하다보면 여전히 어느 정도라는 기준이 흐려져 또다시 모래 째 삽을 뜨는 모습이었다. 다시 방송이 나왔고, 몇 사람이 다니며 큰 소리로 말했다. 삽이나 쓰레받이, 바가지를 쓰지 말라고. 장갑 낀 손으로 기름만 살짝 걷어내라고. 이렇게 얇게 덮고 있는 기름막은 삽이나 바가지가 아니라 흡착포로 빨아들여야 하는데, 지금은 그게 모자라니 손으로 떠 담으시라고. 지금 상태로는 모래가 삼분의 이를 넘어 기름차로 닮을 수도 없다고……. 그 때부터는 손으로 떠 담았다. 흡착포를 받은 사람들은 그것을 가지고 마치 걸레질을 하듯 모래벌 위를 훔치거나 찍어댔고, 그조차 받지 못한 사람들은 손으로 지금을 떴다. 다들 이래서 될 일이 아닌 것 같다 하면서도 그것 밖에는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으니 손바닥으로 기름을 걷었다. 오후 한 시 - 엎드려 걸레질을 하듯 점심은 구세군과 적십자에서 나온 밥차에서 주는 배식. 점심 즈음 해서 쓰레기가 엄청나게 넘쳐났다. 오전을 있다가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쓰레기를 담는 푸대에는 벗어놓은 옷가지며 장화들이 산더미다. 저마다 기름 오염을 걱정해 입고 벗은 방제복만 해도 얼마나 많은지. 사람들이 천 명이니 하루 입고 버리는 방제복은 천 벌이 되는 거였다. 하루 끼고 버리는 고무장갑은 천 켤레, 쓰레기통에 쑤셔 넣는 고무장화도 헤아릴 수 없이 넘쳐났다. 게다가 마스크에, 아예 방제복 안에 입은 옷들까지. 어디 그 뿐인가, 점심 시간 바로 뒤라 그런지 단체로 맞춰왔다가 뜯지도 않고 버려지는 도시락들이 박스 째로 돌아다닌다. 은박지로 싼 줄김밥도 손 하나 대지 않은 채 기름 쓰레기 속에 버려져 있다. 그게 아니면 그대로 뒀다가 먹기라도 할 텐데. 아무튼 그렇게 버리고 가는 방제복들을 보면서 그것으로 모자란 흡착포를 대신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부터 쓰레기 푸대들을 뒤져 몇 시간 입고 벗어버리고 간 그것들을 꺼냈다. 어깨에 질 수 있을만큼 한 짐을 이고 바닷가로 들어섰다. 먼저 이걸로 정말 기름을 빨아낼 수 있는지 시험해 보니, 흡착포만큼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훌륭하게 기름막을 닦아냈다. 손바닥만으로 기름을 떠내는 사람들 가운데로 그것을 풀어놓고 그렇게 하면 잘 된다고, 이걸로 하시라 하면서 그것을 가지고 검은 기름막을 닦아냈다. 일머리가 있는 후배가 그 생각을 해낸 거였지, 아마 그 후배가 아니었으면 나 또한 여전히 손바닥으로 기름을 걷고 있었겠지만. 오후 세 시 - 밀물이 시작할 즈음 오후가 되어서는 흡착포 지급도 늘었고, 벗어놓고간 방제복을 주워다 닦으면서 그나마 조금은 일의 진척이 빨랐다. 사람들은 엎드려 기다시피 모래벌 위의 검정 기름을 닦아냈고, 적어도 천여 명의 손길이 닿은 모래벌 위는 아침에 보던 그것과 다르게 누런 제 빛을 띄어갔다. 쪼그린 채 걸레질을 하듯 기름막 닦기에 정신을 쏟다 잠깐 둘러보니 어느 새 바닷가는 버글거리던 오전만큼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아마 반 수 이상은 돌아간 것 같았다. 아마 멀리 각 지역에서 단체로 온 사람들 버스가 하나 둘 떠나느라 그런 것 같았다. 방제복을 다 써 다시 쓰레기장을 뒤지러 주차장 쪽으로 올라보면 벗어버리고 간 것들은 시간이 갈수록 산더미처럼 쌓이고 있었다. 충분히 다시 쓸만한 것들이 너무 많다. 기름이 거의 묻지 않은 비옷들, 겉만 더러울 뿐인 장화와 고무장갑들. 충분히, 충분히 다시 쓸만한 것들이었다. 후배는 벌써 내일 갈아입으면 좋겠는 비옷들을 챙겼고, 기름에 전 고무장갑을 벗고 깨끗한 그것을 주워 갈아 꼈다. 나도 비닐옷 바짓가랑이가 터져 이걸 어쩌나 했는데 쓸만한 것들을 주웠다. 고작 며칠을 입을 건데 비싸다 싶어 가장 싼 걸 사 입은 터였는데 그 비싼 비닐옷이 깨끗한 채로 버려져 있는 것이었다. 더 깨끗한 것으로, 더 좋은 것으로 골라입을 만큼 버려진 것들이 넘쳐날 정도로. 밀물이 시작되었다. 점점 모래벌이 좁아들고 있었다. 오후 네 시 - 물 빠진 모래벌을 닦는 것보다 바닷물이 밀려들 때 다시 주차장 쪽으로 나가 사람들이 벗어놓고 간 방제복을 한 짐 이고 바닷가로 내려갔는데 그 등짐이 무색할 정도로 바닷가에는 사람들이 없었다. 천 명이 넘던 사람들은 간 데 없고, 가운데 계단 이 편에는 스무 명 남짓, 그리고 멀리 보이는 저 편으로도 그 정도 사람들이 고작이었다. 저녁 밥 배식을 한다고 방송이 나오는 네 시 반이 되어서는 이 편 바닷가로는 대여섯 사람 뿐이었다. 이미 방송에서는 통해 오늘 일과는 이제 다 마쳤다는, 봉사자 분들 수고 많으셨다는 안내가 흘러나오기까지 했다. 기름 닦아낼 것 모자란 생각에 한 번 위로 올라가 방제복을 주워오면 오십 벌 이상씩 등짐을 지곤 했는데, 몇 개 쓰지도 못하고 그대로 가지고 나가야 할 판이었다. 그 때 같이 남아계시던 아주머니가 기름 닦아낼 흡착포 모자란 생각에 한 번 방제복을 주워올 때면 오십 벌 이상씩을 등짐으로 져오곤 했는데 사람이 없어 쓰지 못할 판이었다. 바닷물은 밀려들고 있지, 어떻게 하나 하고 있을 때 그곳에 산다는 아주머니 한 분이 그 옷들로 바닷물 들어오는 곳에 길게 띠를 두르면 좋다 했다. 그 옷들이 바다로 떠내려가면 어떠냐 물었더니 그렇지 않단다. 만조 때까지 계속 밀려들다가 물이 빠지면 그대로 모래벌에 남는다는 거였다. 그러는 동안 바닷물에 떠있는 기름들이 그 옷들에 영겨 붙어 차라리 물 빠진 모래벌을 닦는 것보다 그렇게 마음껏 파도에 쓸리도록 두는 게 좋다는 거였다. 둘러보니 멀리서는 벌써부터 현수막 천 같은 것들을 떼어와 길게 띠를 두르듯 깔아놓았다. 아줌마를 따라 옷들을 모래바닥에 깔았다. 다시 한 짐을 더 지고 와 더 깔았다. 어두워지고 있었다. 어느 정도 해 놓고는 때를 놓치면 밥 배식을 받을 수 없어 우선 밥 부터 먹으러 올라갔다. 오후 다섯 시 - 가장 중요한 시간 사람들은 없어 밥을 먹고 다시 버려진 방제복들을 주워들고 바닷가로 나갔다. 널린 게 버리고 간 옷들이니 구하는 거야 어려울 게 없었다. 회사 이름 써 놓고 단체 이름 써 놓는 현수막들은 강풍에 너덜너덜, 길게 늘어뜨릴 수 있으니 차라리 잘 됐다 싶어 그것들도 주워갔다. 바닷물은 벌써 모래벌 끄트머리까지 들어와 있었다. 이제 모래벌에는 아무도 없고 어느 아저씨 한 분이 혼자서 차광막을 바닷물에 흔들며 기름이 엉기게 하고 있었다. 지고 간 방제복들을 끄트머리 쪽으로 늘어뜨리려니 아저씨가 말을 거는데 이 아저씨를 만나고 나서야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알 수 있었다. 일단, 바닷물에 섞인 기름을 잡으려면 만조를 전후한 시간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 그 바닷가에서 기름을 걷어내는 일은 바닷물이 한 번 들어왔다 나가고 난 뒤 모래벌을 덮고 있는 기름막을 닦아내는 식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그게 아니라 밀물이 시작하면 흡착포건 흡착포를 대신할 만한 것들을 최대한 밀물에 뛰워야 한다는 거였다. 그렇게 되면 물이 들어오는 시간 동안 그것 스스로 기름을 흠뻑 먹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이 꽉 찬 만조 때인데 바닷물에 띄워 놓은 흡착포들, 그것이 끝까지 다 떠밀려 와 기름을 흠뻑 먹은 그것을 건져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야 기름을 잡을 수 있다고, 그렇게만 하면 백 사람이 물 빠진 모래벌 위에서 걸레질 하듯 기름막을 닦아내는 것보다 흡착포 한 장이 더 많은 기름을 먹는다는 거였다. 과연 그러한 것이 밥 먹기 전 늘어놓은 방제복들은 벌써 기름을 흠뻑 빨아들인 채 시커먼 기름덩어리가 되어 있었다. "지금이 가장 중요한 때라고. 물 다 빠진 낮에만 나가 우왕좌왕해서는 아무리 천 명 이천 명이 있어도 잡을 수가 없어. 물이 꽉 찼을 때 담은 몇 십 명만 있어도 그보다 훨씬 더 많이 잡을 수가 있는데, 일을 제일 해야 할 시간에는 이렇게 아무도 없어. 위에서도 오후 네 시만 되면 다들 나오라고 그러거든. 나한테도 들어가지 말라는 걸 지금 안하면 언제 하냔 말이야. 그냥 안전만 중요시해서는……. 지금 저기 모항에 가면 흡착포 많다고. 다 쓰지도 않고 희끄무레한 거 그대로 버리고 간 게 천지라고. 그것들만 여기에다 던져 놔도 낮에 한 거에 몇 십 배 더 기름을 잡을 수 있는데. 어제도 어느 아가씨 한 명이 늦게까지 남아 있어서 그 아가씨랑 나 둘이서 했거든……." 그러면 그 아저씨에게 함께 그 모항이라는 데를 가서 흡착포를 주워오자 했다. 안 그래도 어제 같이 일하던 그 아가씨가 차를 갖고 올 거라며 같이 가자 했다. 만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서둘러야 했다. 모항 쪽으로 왜 흡착포가 많으냐 했더니 거기는 바위가 많아 바위에 묻은 기름을 닦아내라고 많이 나눠준다 하는데 언제나 가보면 쓰지도 않은 것들이 그대로 쌓여 있다 했다. 차를 타고 그리 넘어가니 과연 그랬다. 아주 새 것도 많았다. 차에 실을 수 있는 만큼 싣고 돌아왔다. 하지만 바람이 너무 세고 파도가 너무 거칠어 그대로 바다에 던지는 건 조금 불안했다. 먼 바다로 떠밀려가기라도 하면……. 긴 빨랫줄을 구해왔고, 전선 묶을 때 쓰는 플라스틱 끈을 구해 마치 만국기를 걸듯 긴 빨래줄에 흡착포들을 띄엄띄엄 묶었다. 이래놓으면 따로 시간을 맞춰 건지지 않아도 되고, 충분히 기름을 먹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만든 흡착포 띠를 기둥에 묶어 바다로 뛰웠다. 띄우고 또 띄웠다. 저녁 일곱 시, 바닷물은 조금씩 멀어지고 있었다. 검은 하늘에 검은 바다. 태안으로 오실 분들께 꼭 전해졌으면 하는 얘기. 정말 급한 마음에 글을 쓴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단체로 혹은 개인으로 이리로 오고 있지만 일이라는 걸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안내는 거의 없다시피하다. 아마 오늘 오전 대부분 사람들이 그랬듯 우왕좌왕,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삽을 들고 모래를 퍼 담거나 흡착포가 없어 손으로 기름을 뜨거나 그러지 싶다. 환경단체 같은 곳에서 왔다 해도 마찬가지. 그렇게 반나절 정도를 지나야 어떻게 해야할 지를 대충 감을 잡곤 하는데, 문제는 그 감이라는 게 연속성이 없다는 것이다. 하루 천 명이 넘게 다녀가곤 하지만 오늘 온 사람들은 대부분 처음 온 사람들이다. 오후 들어 그 버스가 다 빠지고, 그 다음 날까지 남아 있는 사람은 사실 얼마 되지 않으니 내일도 아마 처음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이곳에 오면 자봉을 위한 숙소라는 게 따로 없어 개인이 해결해야 하는데, 그래서 몇 개 보이지 않는 여관이나 민박이 꽉꽉 들어찼으려니 했지만 우리가 든 여관만 해도 다섯 명이 고작일 뿐 방은 텅텅 비어 있다. 그러니 내일 오전에도 천 명이 넘을 그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는 것은 다르지 않겠나 싶다. 그리고 이것은 정말 중요한 문제인데, 일지를 쓰듯 써 놓기도 했지만 기름을 잡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때는 만조를 전후할 즈음이다. 요즘 이곳의 만조는 저녁 여섯 시 반쯤, 그리고 새벽의 그 시간이 될 텐데 문제는 그 시간에 사람들이 없다는 것이다. 천 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라 하지만 기름을 잡을 수 있는 시간에는 사람이 없다. 일 박 이상을 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니 만조가 드는 시간이 낮이기만 했어도 참말로 좋을 텐데, 안타깝게도 그렇게 되어 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을 방송이나 언론에서 어느 정도 알려주기라도 한다면 사정은 크게 달라지련만. 지금까지 통틀어 육만 명이 넘는 봉사자가 다녀갔다고는 하지만, 그만한 정성과 마음에 걸맞은 일들이 되지 못하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다. 어렵더라도 정말 일이 되는 일을 할 수 있는 만조 즈음에 사람들이 있어줘야 할 텐데. 아니, 물이 빠져나간 낮 시간이더라도 만조 때 흡착포로 기름 잡는 일을 위한 준비를 하기만 해도 훨씬 큰 일이 될 거다. 이를 테면 빨래줄 같은 것에 흡착포를 엮어 바다에 띄울 준비를 한다던가. 물 빠져나간 시간 한 나절을 손걸레질 하듯 모래벌의 기름막을 닦아봐야 그건 얼마 되지 않는다. 어쩌면 오후의 바닷가를 보고 가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검은 기름막이 어느 정도 걷히고 누런 모래벌이 드러나는 걸 보면서 이제 복구가 어느 정도 되었다고, 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왠걸, 물이 한 번 들어왔다 나가면 모래벌은 다시 시커먼 기름막이다. 저 바다를 한 데 가둬놓고 정수기를 돌리지 않는 이상 기름을 먹은 바닷물이 들어왔다 나가면 내내 그 검정 기름막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묻혀 놓고 가는 것만 걸레질을 하듯 닦아내고, 또 들어오고 나간 뒤 닦아내고…… 하는 식으로는 하세월일 수밖에. 바닷물 속으로 흡착포들을 던져 넣어 흠뻑 빨아들이지 않고서는 묻히고 가는 것을 백날 닦아봐야 어림 없을 뿐이다. 하지만 아직 흡착포를 바닷물로 던져 넣어야 한다는 것, 그 방식으로 일을 하는 것은 오늘 하루 종일을 보아도 그 아저씨 뿐 못봤다. 아니, 버린 옷가지들을 바닷가에 늘어놓자던 그 마을 아줌마와 몇몇 사람들을 빼고는. 일은 그런 쪽으로 되어야 할 텐데, 아, 그렇게 될 것 같지가 않아. 그저 봉사자들의 버스가 들어오면 어떤 안내도 없이 기름을 걷어내라는 말 뿐. 산더미 같은 쓰레기들을 보면 이게 뭐하는 건가 싶을 정도다. 하루 천 명의 사람들이 다녀가면 천 벌의 방제복이 버려지고, 천 켤레의 고무장화와 고무장갑이 버려진다. 천 개의 마스크와 비닐 옷까지..... 다른 건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최소한 고무장갑과 고무장화, 비옷 같은 것들은 충분히 재활용을 할 수 있다. 다음 날 들어오는 사람들이 입을 수, 신을 수, 낄 수 있는 것인데 그냥 다 버려지고 만다. 벗어버리는 방제복들도 훌륭한 흡착포 노릇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쓰레기장에서 뒹군다. 벗을 때까지만 해도 그리 기름 묻지 않은 깨끗한 것들이 쓰레기장에 버려지면서 뒤엉켜버리면서 쓸만한 걸 고르려 해도 그 안에서 못 쓰게 될 때가 많다. 아, 이런 건 기관이나 어디에서 짜임있게 재활용을 유도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어쨌든 그런 게 전혀 되고 있지 못하지만 단체나 개인 봉사자들이라도 그리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어디 환경단체라도 나서서 그 정도 문제들은 풀어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 또 한 가지, 이건 현장에서 봉사자들이 어찌 할 수 없는 문제이긴 하겠지만 방제당국에서는 유화제를 엄청나게 뿌려대고 있다. 이곳에 처음부터 와 있다는 아저씨 말을 들어보니 삼사흘 전과 지금 기름의 모양이 아주 다르다는 것이다. 덩어리져 뭉쳐 있는 기름이 눈에 띄게 없어졌다는 것. 유화제라는 게 덩어리진 기름을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알갱이로 부수는 거라하는데 그건 기름을 없애는 게 아니라 그대로 바다 밑으로 침전시키는 것이다. 게다가 그렇게 부서진 작은 알갱이들은 흡착포로도 어쩔 수가 없어. 그러니 유화제를 뿌려대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 당장 눈에 띄는 검정 바다를 깨끗히 보이도록 하겠다는 것 뿐이다. 바다 밑으로 감추겠다는 것 뿐이다. 게다가 그건 감추기만 할 뿐 아니라 어떻게 걷어낼 수도 없게 하는 일. 벌써 오십 톤 이상을 뿌렸다 하는데, 이것만큼은 더 쓰지 못하게 해야 한다. 사흘 전까지만 해도 삽으로 뜨고, 바가지로 퍼낼 정도로 기름 덩어리들이 두껍게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할 수도 없을 정도로 얇은 막이 되어 남아 있는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라던데. 이런 저런 얘기들, 그저 급한 마음에 쓴 건데 태안으로 오실 분이 있다면 이러한 얘기들이 꼭 전해졌으면 좋겠다. 아직 아무런 환경단체에서도 얘기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그저 함께 힘을 모으자고, 기름 걷는 일을 함께 하자는 말들 뿐, 일을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일을 일이 되게 하려면 무얼 어떻게 해야 하는지. |
참 아쉽다.
그래도 이제 곧 입국 해서 체계가 잡힐 거라고 하니깐 ^^
그때를 기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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