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에게 2004년은 가장 행복한 해였다. 베를린과 베니스가 그를 환대했다. 미국 관객들은 에 열광했다. 세상이 그에게 웃어주는 것 같았다. 그도 자주 웃었다. 하지만 그 뒤로 김기덕 감독은 줄곧 세상한테 배신을 당했다. 그의 방식으로 헤쳐나가기엔 대한민국은 너무 척박했다. 끝내 김기덕 감독은 검은 선글라스를 쓴 채 토론 프로그램에 등장해서 마지막 싸움을 벌였다. 김기덕 감독은 말했다. “가위 바위 보를 합시다. 지는 사람이 저기 가서 말을 걸고 오는 거야.” 저쪽 너머에는 김태희가 앉아 있었다. 프랑스 드골 공항이었다.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파리를 거쳐가야 했다. 공항에서 몇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김기덕 감독은 몇몇 기자들과 함께 움직였다. 무료했다. 그런데 저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