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우산) 어느 날부터인가 아버지는 하루하루 마른 꽃잎처럼 시들어 가셨다. 우리 가족은 조그만 집들이 들꽃처럼 옹기종기 모여 앉은 변두리 산동네로 이사를 해야 만 했고, 아버지는 그때부터 다른 사람이 되어 가셨다. 예전처럼 어린 우리들을 대해주시지 않으셨고, 웃음마저 잃어 가시는 듯 했다. 공부를 방해하는 우리 형제 때문에 누나가 공부방을 조를 때마다 아버지는 말없이 아픔 을 삼킬 뿐이었다. 하루는 내가 다 떨어진 운동화를 들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볼멘소리로 어머니 를 향해 말했다. “엄마, 아이들이 내 운동화보고 뭐라는 줄 알아? 거지 신발이래, 거지 신발!” 옆에 있던 형이 나를 툭 쳤다. 아무 말이 없던 아버지는 곧 어머니로부터 천 원짜리 한 장을 받아들고 술 한 병을 사 가 지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