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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은주 유서 속 '언니' 하씨가 처음 들려주는
세상뜨기 전 은주의 마지막 일상, 전인권과의 관계...
이은주는 전인권을 ' 부담스러운 대선배'
이상으로 생각한 적 없어
전인권씨의 '사랑' 주장에 대한 하씨의 입장은 한마디로 '어이없다'는 것. 하씨는 "전인권씨가 은주를 좋아한 것은 맞지만, 지극히 일방적인 것이었다" 고 주장했다. 시도 때도 없이 문자를 보내고, 때로는 깊은 밤에 술에 취한 채 전화를 걸어오는 등 이은주를 힘들게 했다는 것.
"지난해 영화 <안녕, UFO>를 찍을 때 김진민 감독님이 은주에게 음악가 역으로 전인권씨를 생각하고 있으니 소개해달라는 부탁을 했어요. 은주는 드라마 <카이스트>를 하면서 송지나 작가님과 함께 어떤 모임에 갔다가 전인권씨와 인사를 나눈 적이 있었거든요. 어머니가 전인권씨 음악을 좋아해 콘서트에도 몇 번 간 적이 있었고요. 그래서 은주가 처음으로 전인권씨에게 전화를 걸어, 감독님과 함께 식사를 하자고 했다고 해요. 전인권씨는 같이 밥을 먹는 자리에서 흔쾌히 영화 출연을 약속했는데, 그 이후 자꾸 은주에게 문자 메시지를 남기고 전화를 걸기 시작한 거예요."
하씨는 "은주는 늘 '연예계 대선배인 전씨가 내 부탁을 받고 영화 출연까지 해줬으니 큰 신세를 진 것' 이라며 아무리 불편한 행동을 해도 전씨를 '선생님' 이라고 부르는 등 깍듯이 예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씨의 관심이 지나치게 과도해지고, 답신을 받을 때까지 한꺼번에 수십 통씩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등 둘 사이를 오해하는 듯한 행동을 하기 시작하자 상당히 곤혹스러웠다고 한다.
하씨는 전씨가 두 사람이 사랑했던 증거라며 제시한 '오해가 있었어요. 죄송해요. 그럴려고 그런 거 아니에요. 죄송합니다' 라는 문자 메시지가 바로 그런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인권씨는 지난해 11월 무렵부터 '세상에서 제일 예쁜 은주' '사랑해' 같은 문자를 보내다가 은주가 답신을 보내지 않으면 욕설 문자를 보내곤 했어요. 그러면 은주는 어쩔줄 몰라 하며 '죄송합니다' 같은 답신을 보냈죠. 다른 사람에 대해 나쁜 말을 할 줄 모르는 아이인데, 가끔 저에게만 '언니, 너무 부답스럽고 힘들어. 어쩌지?' 하며 고민을 털어놓곤 했어요. 뒤늦게 그 사실을 알게 된 은주 어머니가 전씨 전화를 대신 받아서 '아이가 힘들어하는데 알 만한 어른이 왜 이러세요' 하며 항의한 일까지 있었죠."
하씨는 "은주가 2003년부터 한 사람과 교제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행동에 대해 더 난감해했다" 고 밝히기도 했다.
"은주가 사랑한 사람은 따로 있었어요. 두 살 연상의 회사원인데, 양쪽 집안과 친구들에게 서로 소개할 만큼 공개적인 사이였죠. 은주가 죽은 뒤 자신이 더 잘 지켜주지 못해 이렇게 됐다며 괴로워하던 그 친구는, 전씨의 돌출 발언 뒤로 더 힘들어해요. 아무 말도 못하고 연인 잃은 슬픔을 삭여야 하니 얼마나 괴롭겠어요."
하씨를 마음 아프게 하는 것은 '이은주와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전인권의 이번 발언으로, 이은주가 연예계 생활을 하며 반드시 지키려 했던 '사생활 깨끗한, 모범적인 배우'로서의 이미지가 얼룩질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이은주는 휴식기에는 일요일뿐 아니라 평일 새벽 예배와 저녁 예배까지 빠지지 않고 참석할 정도로 교회 생활에 열심이었다고 한다. 구설수에 오르는 것을 피하기 위해 남자친구를 제외하고는 남자와 단둘이 만나지도 않았다고.
"저와 처음 사적으로 만나던 날도 은주는 엄마를 모시고 왔어요. 영화 <하얀방>을 찍으며 그냥 안면만 익힌 사이였는데, 어느 날 촬영장에서 은주가 '언니, 인상이 너무 좋아요. 언제 저랑 같이 밥 먹어요' 하더라고요. 그러고는 약속 날 아침 다시 전화를 걸어와 엄마랑 같이 나가도 되느냐고 물었죠. 나중에 보니 은주는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 모르는 사람한테 먼저 밥 먹자고 하는 경우고 없고, 혼자 누군가를 만나는 경우도 드물더라고요. 남자한테는 훨씬 더했어요."
사람들에게 깨끗하고
좋은 배우로 기억되고 싶어하던 이은주
하씨는 지난해 가을 이은주와 함께 남산을 산책했을 때의 일화도 들여주었다.
이은주는 걷는 것을 참 좋아하는데 얼굴을 알려져 낮에 마음껏 산책할 수 없는 것을 늘 아쉬워했다고 한다. 그날도 단풍이 든 예쁜 산길을 걷고 싶다고 한참을 벼르다, 결국 사람들이 다 하산한 뒤 깊은 밤에 하씨와 함께 남산을 산책했다고 한다.
"새벽 한 시가 좀 넘었을 때, 이제 그만 돌아가자며 차에 오르려는데 은주가 화장실이 급하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바로 근처에 하얏트호텔이 있으니 잠깐 들러서 화장실만 쓰고 가자'고 했죠. 은주가 잠시 고민하더니 싫다고 해요. 그 시간에 호텔 로비를 왔다 갔다 하는 게 싫다고요. 은주는 그런 아이였어요. 주위의 모든 걸 조심스러워하며 연예계 생활을 정말 깨끗하게 하고 싶어했죠. 이제 와 생각해보면 그런 것들이 다 스트레스가 되어 은주를 괴롭힌 게 아닌가 싶어요."
하씨는 "은주가 가 버린 뒤 많은 사람들이 도대체 뭐가 문제였느냐고 묻는데, 은주를 모르는 사람들은 그 아이가 왜 그렇게 많이 힘들어했는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난 은주가 너무 여리고 착해서 자기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자기 탓으로 여기고 고통스러워 하는 바람에 그렇게 됐다고 생각한다" 고 말했다.
“만약 은주가 전인권씨에게 ‘왜 이러세요’라고 말할 수 있는 성격이었다면 죽지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은주는 갈등이 생기면 무조건 자기가 먼저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는 아이였거든요. 그게 은주를 죽음으로 몰고 갔죠.”
이은주의 또 다른 측근은 그가 우울증에 걸리게 된 결정적인 계기로 알려진 <주홍글씨>를 촬영하던 시절, 이은주의 어머니는 그가 노출 연기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걸 눈치채고 촬영장에 나갈 때 주머니에 몇 만원을 넣어주며 “혹시라도 도저히 못하겠다 싶으면 언제든 택시 타고 도망쳐와라, 엄마가 손해배상이든 뭐든 다 책임지겠다.” 고 말하곤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작 촬영장에서 이은주는 활짝 웃으며 거침없이 연기를 해내 누구도 그의 마음속 고통을 알아채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씨는 “은주는(<주홍글씨>가 개봉된) 지난해 11월 무렵부터 심한 우울증과 거식증, 외로움 때문에 힘들어했다. 어떻게든 기운을 차려야겠다며 기분전환을 위해 함께 여행을 떠나자고 졸라 12월에 함께 유럽을 다녀오기도 했지만 은주의 몸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은주는 우울증이 사람을 죽음에게까지 이르게 할 만큼 무서운 병이라는 것은 몰랐지만, 자신에게 ‘마음의 병’이 있다는 것은 알았고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고 한다.
평소 이은주는 마음이 우울할 때면 소나무 묘목을 사다가 집 근처 강변에 직접 심으며 스트레스를 풀곤 했는데, 지난 2월에도 설 연휴를 하루 앞두고 하씨와 함께 나무를 사러 갔다고 한다.
“그런데 가게 주인이 아직 땅이 얼어서 나무를 심으면 곧 죽는다고 하더라고요. 나무를 못 심게 되자 은주가 너무 서운해하기에, 제가 나무 대신 소원을 적어서 땅에 묻으면 어떻겠냐고 했어요. 소원이 나무처럼 무럭무럭 자랄 거라고 생각하면 기분전환이 되지 않겠느냐고요. 은주도 좋다고 해서 집에 오자마자 각자 소원을 적어 나무를 심으려던 자리에 묻었죠.”
하씨는 지금도 그날을 생각하면 마음이 따듯해진다고 말했다. 소원을 적어 비밀 쪽지를 땅에 묻으며 이은주가 참으로 오랜만에 환하게 웃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로부터 보름 만에 그는 스스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장례를 치른 뒤 은주가 적은 소원을 파 보았어요. 첫 번째 소원이 ‘지금 왜 아픈지, 어디가 아픈지 모르지만 빨리 낫기를 희망합니다.’ 더군요. 처음에는 그렇게 살고 싶어 했는데 끝내 죽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너무 마음 아팠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은주가 자신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게 아니라 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죽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그 종이를 땅에 묻은 것 같더라고요. 제가 그 옆에 있어서 은주의 마지막 말을 남길 수 있게 됐으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이은주의 두 번째 소원은 ‘좋은 여배우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세 번째 소원은 ‘우리 가족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였다고 한다. 이은주의 또 다른 유서가 된 이 종이는 지금 이은주의 어머니가 보관하고 있다고.
“은주가 세상을 떠난 뒤 한 번도 그 아이를 원망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너무 원망스럽더군요. 네가 살아 있었다면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문에 오르내리지 않았을 텐데, 너를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네 이름을 욕되게 하지는 못했을 텐데 하면 혼자 많이 울었어요. 그래서 은주의 마지막 소원을 알고 있는 제가 진실을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씨는 전인권의 이번 주장이 또 한 번 이은주의 죽음에 대한 의혹을 부추겨 고인을 욕되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제 은주를 잊을 사람은 잊고, 가슴에 품을 사람은 품은 채로 그렇게 조용히 이 일이 묻혔으면’ 하는 것이 하씨의 마지막 바람이다.
위 글은 아래 게시판에서 퍼왔습니다.
http://movie.msn.co.kr/review/photo_read.html?idx=1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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