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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이기주의

힘쎈북극곰 2006. 9. 21. 13:40

항상 느끼는 것 중 가장 중요한 고민이 <인간의 내면을 선과 악 가운데 어떤 것으로 볼 것인가> 이다.

인간이 선하다면 어차피 도덕이고 법률이고 필요없겠지만 그렇지 못하니까 만들었다. 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인간이 악하지만은 않으니 그 도덕과 법률 지키면서, 문명이란 걸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또 아니다.

요즘 들어서 생각하는 건 조금 단순화시켰다. 인간의 내면이란 건 결국 선도 악도 아니고 단지 <생존 이기주의>에 가깝다고. 내가 잘 살기 위해서는 도덕이든 법률이든 감정이든 대의명분이든 다 이용하는 것이지, 어차피 그것이 내가 아닌 남 잘되게 하라고 이루어지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고.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까 약간은 요즘 한국사회의 추세가 이해되기도 하고 서글퍼 지기도 한다.

도덕적 이기주의. 흔히 <소시민>이나 <평범한 사람>들을 비롯해 <정치가>에 이르기까지 만연해있는 한국사회의 고질병이다.

한번 예로 들어보자. 교사 가운데서 우선 여성 교사를 예를 들어보면 이 교사가 속한 계층적 신분은 <교사>, <노동자> , <여성> 이다.

<여성>으로서 이 교사 계층의 집단적 지향점은 분명하다. 통계상 교사의 대다수를 점유한 <여성>의 남성에 비해 <불리하다고 느끼는 성차별>을 없애는 동시에 남성비율이 지나치게 적다고 누군가 불평해도 <현실이 그런 것 뿐이고 내잘못 없다> 와 <교사같이 사랑과 부드러움, 모성이 필요한 직업은 여성이 잘 맞다>란 논리로 보호한다.  쉽게 말해서 논리와 평등이 어쨌든 무조건 <여성이 유리한 대로 가야한다.>

<노동자>로서의 지향점은 이렇다. 국가 혹은 재단이란 고용주에게 고용받는 약자인 <노동자>로서 <더 좋은 근무여건과 더 많은 급여>를 요구함과 동시에 안정된 직장이란 강점을 유지하기 위해서 일체의 <평가제> 라든가 <고용유연성>을 거부해야 한다. 쉽게 말해 <철밥통 유지해야 한다.>

그렇다면 <교사>로서의 지향점은?
사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조금 다르다. 앞서의 두 계층은 사회적 약자이며 여성단체와 전교조라고 하는 단체의 발언권이 권익추구에 앞장서 목소리를 내는데 비해서 <교사>란 지향점은 권리보다는 의무에 비중이 높다.

원래는 이렇다.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전인교육>을 통한 <사회적 인성>과 <지성>을 함양하고 <올바른 민주시민>으로 자라나게 하는데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 교사로서 <모범을 보이는 생활>을 해야하며 <학생들을 선도>하기도 해야한다.

그러나 이 부분에 오면 현실로서는 씁쓸하기 짝이 없다.

도덕적 이기주의가 병균처럼 감염되는 것이다. 전인교육등은 입시교육으로 인한 사회적 압력에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이미 포기하는 사람이 대다수이며 모범을 보이는 생활이란 <교사가 성직자도 아닌데>로 포기됐다. 학생을 선도 라고 해봐야 그런 교사 찾아보기 힘들다. 이젠 선도는 경찰이나 하는 일이다.

가장 심각한 것은 <인권문제>다. 교사로서 가장 모순적인 일을 보이는 경우인데 이 여고사가 만일 어떤 곳에서 폭행을 당했거나 성추행을 당했거나 인권탄압을 당했다면 - 즉 약자의 입장이라면 한껏 목소리를 내던 것이 <교사>란 강자의 위치에 오고 가해자가 되는 순간 <학생에게 체벌 이외에 다른 마땅한 방법이 없다>로 변해버린다. 성인인 자기 인권은 소중하고 미성년이자 자기가 일종의 가해를 가한 학생에 대한 인권에는 무감각하다.

70년대 길 가다가 장발단속에 의해 머리깎인 성인들이 독재정권 나빴다고 회상하면서도 막상 교사가 되고 나서는 아무런 생각도 없이 학생들 머리에 바리캉을 들이대기도 한다.  

예전 신문에서 이미 약간은 다루었던 일이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중시하는 교사조차, 심지어는 전교조조차도 스스로의 교권과 노동자 권리에는 민감하지만 막상 학생들의 인권과 권리에는 놀랄만큼 무관심하다고.

도덕적 이기주의란 말 밖에 할 말이 없다. 인간에 대한 평등이 뒷받침되지 않고 단지 목소리 내는 계층적인 평등이 아무리 이루어져봐야 그 그림자에서 누가 어떻게 신음하고 있을지 모른다. 피해자고 약자라 주장하는 누군가가 사실은 다른 누군가에게 가해를 가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면 도대체 세상에 누구의 대의명분을 믿고 따르겠는가?

자기 아이에게 손찌검하면서 <내 아들 내가 패는데 무슨 상관이냐?>라고 말하는 부모가 밖에서 <인권>을 외치고 <성폭행범은 죽여라>고 외치는 건 내 귀에는 공허하게 들린다. 우선 자기 주변부터 좀 돌아봐라. 자기도 지키지 못하고 죄의식없이 무심코 저지르는 가해를 남인들 자기에게 못하겠는가?

나이와 성별, 계층과 출신지역, 국적에 상관없이 자기 주변 사람에게 우선 평등하고 공정하게 대하고 있는지 스스로 생각하고 나서 그것이 이루어졌다고 믿을 때 그다음으로 스스로에 대한 이익과 권익을 주장했으면 한다.

누군가 나를 공격하면 그 대답으로 다시 상대를 공격하거나 만인을 공격하는 건 쉬운 일이다.
하지만 사회 구성원 모두가 <어차피 더 중한 죄를 저지르는 자들이 깔렸으니 나는 별것 아니다. 저들부터 조치해라>라고만 주장한다면 그 사회가 잘 돌아갈 리 없고 모두가 모두에 대한 불만만 쌓일 뿐이다.

쓰레기를 없애려면 우선 자기 눈에 보이는 주변부터 청소하라.
진정으로 현실을 개선하고 싶다면 자기에 관련된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고 권리를 존중해주라. 그래야 내 권리와 인권도 다른 누군가에게 존중받을 것이다.

클리앙-안병도님의 게시글 펌 (http://www.clien.net/zboard/view.php?id=free&page=1&sn1=&divpage=63&sn=off&ss=on&sc=on&sm=off&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330100)


다시 한번쯤은 생각해볼만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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