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주역인 ‘배트맨’ 김태영(36·관동대 코치)이 억울함을 토로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2일 이사회에서 김태영 코치에 대해 6개월 간 코치 자격을 정지하도록 한 강원도축구협회의 징계 사항을 추인했다. 징계 사유는 지난 5월 홍천에서 열린 협회장기 대회 도중 소속팀인 관동대가 실격패를 당하자 이에 항의하면서 협회를 비난하고 시상식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태영 코치는 “너무 억울하다. 단체로 한 사람을 완전히 바보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말하는 자초지종은 다음과 같다.
김태영 코치의 관동대는 지난 5월5일 송곡대와의 경기에서 전반전을 4-0으로 앞선 상태에서 부정 선수를 출전시켰다는 이유로 실격패를 당했다. 실격의 이유는 강원도축구협회의 ‘희한한’ 출전규정 때문이었다.
즉 번호 33번 이내 선수들만 출전할 수 있다는 규정 때문이다. 선수 출전제한을 번호로 규정해 놓은 것이다.
조추첨장에서 김코치는 “번호가 무슨 문제냐. 33번 이후 선수라도 열심히 운동하고 훈련한 선수가 출전할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항의했다. 결국 “33번 이후 선수들도 33번 이내의 빈자리에 넣을 수 있다”는 협회 사무국장의 말에 따라 조추첨에 응했다.
그런데도 뒤늦게 33번 이후 선수가 2명(선발 1명, 전반교체 1명) 출전했다고 해서 실격패를 당한 것이다.
김태영 코치는 “조추점 다음날 협회에 팩스로 명단을 보냈고 대회 안내 책자에도 별 문제없이 등록됐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부정선수란 등록명단에 없는 선수를 얘기하는 게 아니냐”며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강원도축구협회 고위 관계자는 “번호로 출전선수를 제한하는 것은 강원도의 오랜 전통”이라면서 “나는 33번 이후의 선수를 1명만 뛸 수 있도록 허락했다”고 주장했다.
김태영 코치는 시상식 방해에 대해서도 억울하다고 했다.
그는 “결승전은 열리지도 않았다. 결승전(송곡대-한라대)에서 양감독과 경기이사, 협회 전무가 이야기를 나눈 뒤 송곡대가 기권하면서 한라대가 우승했다”면서 “이에 학부모들이 본부석으로 몰려가 ‘이게 무슨 결승전이냐’며 항의한 사실은 있다”고 말했다.
〈문승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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